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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수술 뒤 초점은 어디에 둘까 — 목표 굴절값의 선택

핵심 요약 (Key Takeaway)
백내장 수술의 목표 굴절값은 0디옵터에 가까울수록 무조건 좋은 점수가 아닙니다. 안경 없이 가장 선명하게 보고 싶은 거리, 반대편 눈의 상태, 평소 안경 사용 습관과 난시를 함께 고려해 정해야 하는 수술 설계값입니다. 계산이 정밀해도 목표와 실제 결과 사이에는 오차가 남을 수 있으므로, 좋은 계획은 한 숫자를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이득과 한계를 미리 설명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수술하고 멀리 잘 보이게 해주세요.”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요청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여쭤보면 답은 달라집니다. 운전할 때 안경을 벗는 것이 중요한 분도 있고, 식탁 위 음식이나 컴퓨터 화면이 편한 것이 더 중요한 분도 있습니다. 평생 근시로 지내며 안경을 벗고 책을 읽어온 분은 수술 뒤에도 그 습관을 남기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눈을 같은 숫자에 맞추면, 검사표의 원거리 시력은 좋아도 환자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은 흐린 수정체를 제거하는 수술인 동시에, 앞으로 눈의 초점을 어디에 둘지 정하는 굴절 수술이기 때문입니다. 백내장 수술 시기가 생활 불편을 기준으로 달라지듯, 수술 후 초점의 정답도 생활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0디옵터는 만점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입니다

목표 굴절값은 수술 뒤 남기고자 계획한 굴절 상태입니다. 실제 수술 후 검사값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안구 생체계측값과 계산식을 이용해 인공수정체 도수를 선택할 때 세우는 목표입니다.

2024년 유럽백내장굴절수술학회(ESCRS) 권고안은 정시를 대략 +0.25에서 -0.25디옵터 범위로 정의합니다. 한쪽 눈을 원거리에 두고 다른 눈에 가벼운 근시를 남기는 미니 모노비전은 보통 -0.25에서 -0.75디옵터, 근거리 역할을 더 분명히 나누는 모노비전은 -1.00에서 -2.00디옵터 범위로 설명합니다.

다만 이 범위는 누구에게나 적용하는 처방표가 아닙니다. 같은 권고안의 핵심 결론도 특정 목표 굴절값은 인공수정체의 특성, 환자의 기대와 선호에 따라 의사와 환자가 함께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양안을 원거리에 맞추면 멀리 볼 때 두 눈을 함께 쓰기 쉽지만, 단초점 인공수정체라면 가까운 작업에 안경이 필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한쪽에 근시를 남기면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거리를 넓힐 수 있지만, 두 눈 사이의 초점 차이를 불편하게 느끼거나 입체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0디옵터는 ‘최고의 결과’가 아니라 원거리를 우선하기로 한 하나의 선택입니다.


한 눈의 목표는 다른 눈과 함께 정해야 합니다

우리의 시야는 양쪽 눈이 만든 영상을 뇌가 합쳐서 완성합니다. 그래서 저는 수술할 눈의 계산표만 보지 않고 반대편 눈의 교정시력, 굴절값, 백내장 진행 정도와 망막·시신경 상태를 함께 봅니다. 한쪽 눈만 먼저 수술하는 경우에는 두 눈의 도수 차이가 갑자기 커지지 않을지도 중요합니다.

모노비전에서는 흔히 우세안을 원거리, 비우세안을 근거리 쪽으로 계획합니다. 그러나 우세안 검사 하나가 결정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어느 눈이 더 좋은 대비감도와 시기능을 가졌는지, 과거 콘택트렌즈나 안경으로 좌우 도수 차이에 적응해 본 적이 있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불확실하면 수술 전 시험렌즈로 초점 차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심한 백내장이 있으면 이 모의 경험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Wilkins와 Moorfields IOL Study Group이 2013년에 발표한 다기관 무작위시험은 이 선택에 분명한 교환관계가 있음을 보여 줍니다. 양안 백내장 환자 212명을 당시의 회절형 다초점 인공수정체군과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이용한 저도 모노비전군으로 나눴을 때, 수술 4개월 뒤 전혀 안경을 쓰지 않는 비율은 다초점군이 더 높았습니다. 반면 수술 후 첫 1년 동안 인공수정체 교환은 다초점군에서만 보고됐습니다.

이 결과는 오래된 특정 렌즈끼리 비교한 것이므로 오늘날의 모든 렌즈에 그대로 대입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안경 의존도, 시각의 질과 적응 부담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지 선택해야 한다는 점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원거리의 평행광과 가까운 책의 빛이 각각 두 인공수정체 눈의 망막에 초점을 맺는 비교 그림
원거리의 평행광과 가까운 책의 빛이 각각 두 인공수정체 눈의 망막에 초점을 맺는 비교 그림

목표와 실제 결과 사이에는 계산의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인공수정체 도수 계산은 단순히 현재 안경 도수를 인공수정체로 옮기는 과정이 아닙니다. 안축장, 각막 굴절력, 전방 깊이 등의 측정값을 넣고, 수술 뒤 인공수정체가 눈 안의 어느 위치에 자리 잡을지를 계산식이 예측합니다. 여기서 측정값의 작은 흔들림, 계산식의 특성, 실제 렌즈 위치와 치유 과정이 최종 굴절값에 영향을 줍니다.

Melles·Holladay·Chang이 2018년에 보고한 연속 18,501안의 후향 연구에서는 같은 광학 생체계측 자료를 사용해도 계산식에 따라 굴절 예측 오차가 달랐고, 긴 눈에서는 안축장 보정이 결과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한 장비와 두 종류의 인공수정체를 대상으로 한 자료이므로 모든 환경의 절대 순위를 정하지는 못하지만, ‘좋은 계측값 하나면 결과가 자동으로 정해진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히 보여 줍니다.

저는 계산식이 제시한 여러 후보 중 목표에 가장 가까운 도수를 고르되, 정확히 원하는 숫자와 일치하는 인공수정체 도수가 없을 때 어느 방향의 오차를 감수할지도 생각합니다. 원거리가 최우선인 눈에서 예상보다 원시 쪽으로 벗어나는 것을 피할지, 근거리 기능을 조금 남길지에 따라 같은 계산표에서도 선택은 달라집니다. 첫눈 수술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눈 표면과 계측을 다시 확인한 뒤 두 번째 눈의 계획을 재검토합니다.

각막 곡률과 인공수정체 위치를 계측하며 빛이 망막에 초점을 맺는 안구 단면 그림
각막 곡률과 인공수정체 위치를 계측하며 빛이 망막에 초점을 맺는 안구 단면 그림

구면도수만 맞아도 선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환자가 흔히 말하는 ‘0’은 대개 구면 도수 또는 구면렌즈대응치입니다. 하지만 난시가 남으면 숫자가 0에 가까워도 글자 윤곽이 겹치거나 야간 불빛이 번질 수 있습니다. 각막 앞면만이 아니라 뒷면의 난시, 수술 절개가 만드는 변화, 난시 축의 규칙성과 측정 재현성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SCRS 2024 권고안은 각막 난시가 1.0디옵터 이상이면 토릭 인공수정체를 고려할 수 있고, 1.5디옵터 이상에서는 중등도, 2.0디옵터를 넘으면 강한 근거가 있다고 정리합니다. 동시에 토릭 계산에는 후면각막난시와 유효렌즈위치 같은 요소를 포함하는 방법을 선호하며, 각막 지형도 또는 단층촬영을 수술 전 평가에 포함하도록 권고합니다. 잔여 난시와 중심 정렬이 시력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 칼럼에서 별도로 다뤘습니다.

눈물막이 불안정하거나 각막 표면에 염증이 있으면 각막 곡률값이 검사 때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계산을 서두르기보다 눈 표면을 먼저 안정시키고 반복 측정값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또한 황반질환이나 녹내장으로 시기능의 한계가 있다면, 안경을 덜 쓰는 목표보다 대비감도와 예측 가능성을 우선할 수 있습니다. 초점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는 것과 망막·시신경이 그 영상을 잘 처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제가 실제로 판단하는 기준

제가 먼저 묻는 것은 “멀리와 가까이 중 어디가 중요합니까?”가 아닙니다. 하루 중 안경 없이 하고 싶은 행동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운전과 텔레비전인지, 컴퓨터와 조리대인지, 휴대전화와 독서인지에 따라 원하는 초점 범위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다음에는 지금까지의 시각 습관을 확인합니다. 평생 근시였는지, 안경을 벗고 가까이 보는 습관이 있는지, 한쪽 눈이 이미 원거리와 근거리를 나누어 담당해 왔는지 살핍니다. 수술 뒤 두 눈을 같은 목표로 맞추는 것이 오히려 익숙한 근거리 기능을 없애는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계획을 눈이 감당할 수 있는지 검사합니다. 두 눈의 교정시력과 우세안, 각막과 난시, 안구건조증, 황반과 시신경, 안축장과 생체계측의 재현성을 연결합니다. 여러 번 잰 값이 흔들리거나 기대 시력이 망막 상태와 맞지 않으면 렌즈 선택보다 원인을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제 결론은 대개 한 숫자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두 눈 모두 원거리를 우선하고 가까이는 안경을 사용한다”, “비우세안에 약한 근시를 남겨 중간거리를 보완한다”, 또는 “기존의 근거리 습관을 일부 보존한다”와 같은 문장입니다. 목표 굴절값은 이 문장을 구현하기 위한 숫자여야지, 숫자가 환자의 생활을 대신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두 눈을 모두 0디옵터에 맞추는 것이 가장 안전한가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양안 원거리 목표는 멀리 볼 때 편한 선택이지만, 단초점 인공수정체에서는 가까운 작업에 안경이 필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두 눈의 상태가 다르거나 기존에 도수 차이에 잘 적응한 분은 미니 모노비전이 생활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안전성과 만족도는 0이라는 숫자보다 각막·망막·시신경 상태와 양안 균형, 기대치가 서로 맞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평생 근시였는데 수술 후에도 안경을 벗고 책을 읽을 수 있나요?

가능하도록 계획할 수는 있지만 원거리 시력과의 교환관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양안을 원거리에 맞추면 예전에 안경을 벗고 가까이 보던 능력이 사라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한쪽 또는 양쪽에 근시를 남길지는 반대편 눈의 상태, 필요한 독서거리, 입체시 요구와 적응 가능성을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수술 전에 이 선호를 말하지 않으면 수술 후에 되돌리기 어려운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수술 후 결과가 목표 굴절값과 다르면 바로 잘못된 수술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목표 굴절값은 계산에 근거한 계획이며, 실제 결과에는 눈물막, 각막부종, 난시, 인공수정체의 실제 위치와 측정 시점이 영향을 줍니다. 먼저 굴절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경과를 보고 반복 검사로 오차의 원인을 구분합니다. 불편이 지속되면 안경 교정부터 추가 처치까지 선택지가 있지만, 오차의 크기와 원인, 눈의 안전성을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눈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글 · 안과 전문의 송동훈 (애프터눈안과)

안과전문의 송동훈
이 글을 쓴 사람
안과전문의 송동훈
부산 동래구 미남애프터눈안과의원 대표원장
망막·시신경 관련 SCI급 논문 3편 저자.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다 전해드리지 못한 의학 이야기를 칼럼으로 풀어가는 공간입니다.
송동훈 원장 자세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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