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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 억제 치료, 언제 끊어야 할까 — 중단 후 리바운드의 실제

핵심 요약 (Key Takeaway) 근시 억제 치료의 중단 시점은 나이나 안경 도수 하나로 정할 수 없습니다. 아트로핀을 끊으면 억제되어 있던 진행이 한동안 빨라지는 리바운드가 나타날 수 있고, 그 크기는 사용해 온 농도에 비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판단의 실질적 근거는 최근 1년간의 안축장 추적 데이터이며, 한 번 늘어난 안축장은 되돌아오지 않으므로 애매할 때는 유지하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근시 억제 치료를 시작하는 결정보다 오히려 상담이 길어지는 순간은, 치료를 끝내는 시점을 정할 때입니다. 진료실에서 부모님들이 이렇게 물으십니다. “원장님, 이 안약을 대체 몇 살까지 넣어야 하나요? 끊으면 그동안 한 게 다 무의미해지는 건 아닌가요?” 시작에 관한 연구는 많지만 중단에 관한 자료는 상대적으로 적고, 그나마 있는 연구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것처럼 읽히기 때문에 생기는 혼란입니다. 오늘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리바운드라는 현상의 기전부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근시 억제 치료는 언젠가 반드시 끝난다

근시 진행의 본질은 안경 도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안구의 앞뒤 길이, 즉 안축장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안구 역시 신체의 일부이므로 성장 속도는 나이가 들면서 둔화하고, 근시 진행 속도 또한 연령이 올라갈수록 감소해 대개 청소년 후반에 성인 수준으로 수렴합니다. 따라서 근시 억제 치료는 평생 지속하는 치료가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종료하는 치료입니다. 남는 문제는 오직 시점입니다.

여기서 무엇을 보고 시점을 정하느냐가 갈립니다. 국제근시연구소(IMI)가 2019년 발표한 임상 관리 가이드라인 보고서는 굴절도 변화보다 안축장 측정을 근시 관리의 핵심 추적 지표로 강조합니다. 굴절도는 조절 상태와 검사 환경에 따라 흔들리지만, 안축장은 실제 구조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리바운드는 왜 생기는가

아트로핀이 근시를 억제하는 원리를 조절 마비, 즉 눈의 초점 근육을 쉬게 해주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 학계의 설명은 다릅니다. 조절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0.01%처럼 낮은 농도에서도 억제 효과가 확인되었다는 점이 결정적인 근거였습니다. 아트로핀은 망막에서 맥락막, 공막으로 이어지는 신호 전달 경로의 무스카린 수용체에 작용해 공막이 늘어나며 재편되는 속도 자체를 늦추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치료 중 맥락막 두께가 증가하는 소견이 관찰되어, 이를 억제 신호가 작동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리 지표로 보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기전을 이해하면 리바운드는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약을 끊으면 눌려 있던 신호 경로가 원래대로 복원되고, 억제되어 있던 성장 잠재력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나타납니다. 억제가 강했던 만큼 해제 이후의 반동도 커진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치료 중 맥락막이 두꺼워진 눈과 치료를 중단해 맥락막이 얇아진 눈의 후극부 단면 비교 그림
치료 중 맥락막이 두꺼워진 눈과 치료를 중단해 맥락막이 얇아진 눈의 후극부 단면 비교 그림

농도가 남긴 교훈, ATOM2와 LAMP

리바운드를 임상적으로 처음 뼈아프게 확인한 연구는 고농도 아트로핀 시대의 자료였습니다. 1% 아트로핀을 2년간 사용한 뒤 중단한 초기 ATOM 연구에서 중단 후 근시 진행이 뚜렷하게 빨라졌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이어진 ATOM2 연구(싱가포르)는 0.5%, 0.1%, 0.01% 세 농도를 비교하면서 2년 치료 후 1년간의 중단 기간을 설계에 포함시켰습니다. 2016년 발표된 5년 결과에서 중단 후 리바운드는 고농도군에서 더 컸고 0.01%군에서 가장 작았으며, 5년 누적 근시 진행 역시 0.01%군이 가장 적었습니다. 저농도 아트로핀이 표준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이 중단 이후의 데이터가 있었습니다.

한편 홍콩의 LAMP 연구는 0.05%, 0.025%, 0.01%를 비교하면서 3년째에 각 군을 치료 지속군과 중단군으로 다시 나누어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지속군이 중단군보다 유리했고, 3년 전체를 통틀어 0.05%를 지속한 경우가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중단군에서 반동은 관찰되었지만, 고농도 시절만큼 극적인 양상은 아니었습니다.

이 두 연구를 나란히 놓으면 진료실에서의 판단 원칙이 드러납니다. 리바운드의 크기만 보면 낮은 농도가 유리해 보이지만, 아이의 눈에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누적된 안축장입니다. 따라서 농도는 리바운드를 피하기 위해 낮추는 것이 아니라 치료 기간 전체의 억제량으로 선택해야 하고, 중단은 그와 분리된 별도의 전략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끊는가

판단에 실제로 쓰는 네 가지

첫째, 최근 1년간의 안축장 변화량입니다. 또래의 생리적 성장 범위 수준으로 둔화되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신호입니다. 둘째, 조절마비 굴절검사로 측정한 도수의 안정성입니다. 조절 영향을 배제한 값끼리 비교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셋째, 남은 성장 여력입니다. 키 성장 속도와 사춘기 단계는 안구 성장의 잔여 기간을 추정하는 단서가 됩니다. 넷째, 근거리 작업 부하입니다. 입시처럼 근거리 작업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중단 시점을 뒤로 미루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끊는 방식

임상에서는 갑작스러운 중단보다 점안 횟수나 농도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감량 방식을 널리 사용합니다. 다만 저는 이 부분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감량 프로토콜 자체를 검증한 대규모 무작위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고, 현재로서는 리바운드 기전에 근거한 임상적 판단과 전문가 합의에 기대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단 후 6개월 이내에 안축장을 다시 측정해야 합니다. 반동이 확인되면 치료를 재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판단에는 비대칭이 존재합니다. 조금 더 오래 유지하는 선택의 위험은 대체로 낮고 되돌릴 수 있지만, 성급히 끊어 늘어난 안축장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근시 억제 치료를 중단한 뒤 안구 후극부가 다시 길어지며 공막이 얇아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단면 그림
근시 억제 치료를 중단한 뒤 안구 후극부가 다시 길어지며 공막이 얇아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단면 그림

드림렌즈 중단은 조금 다른 문제다

각막굴절교정렌즈는 사정이 다소 다릅니다. 렌즈로 눌러 두었던 각막 형상은 착용을 멈추면 수 주에 걸쳐 원래 곡률로 돌아갑니다. 이 되돌아감은 예정된 회복이므로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와 동시에 근시 억제 효과도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중단 이후 안축장 성장이 다시 빨라졌다는 보고들이 있으며, 이는 각막 곡률의 회복과는 전혀 다른 층위의 변화입니다. 각막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과 근시 진행이 재개된 것을 구분해서 설명드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중단 시점을 정하는 기준 자체는 아트로핀과 다르지 않고, 역시 안축장입니다.

중단 설계는 시작보다 정밀한 추적을 요구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판단에는 공통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같은 장비, 같은 조건에서 반복 측정된 안축장 기록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발성 검사 수치 하나로는 성장 곡선이 평탄해졌는지 판단할 수 없고, 리바운드가 시작되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근시 억제 치료는 시작하는 순간부터 종료를 염두에 둔 추적 설계가 함께 필요하며, 이것이 성장기 아이의 근시 관리에서 정기적인 정밀 검안이 선택이 아닌 이유입니다.

[내부 링크 추천: ‘안과 전문의의 팩트 체크: 마이오가드 0.125% 대신 마이오텍트 0.05%를 처방해야 하는 과학적 이유‘]


자주 묻는 질문

Q1. 아트로핀을 끊으면 치료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빠지나요?

리바운드는 억제되어 있던 진행이 재개되며 한동안 빨라지는 현상이지, 치료 전보다 더 악화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ATOM2의 5년 결과에서 저농도군은 중단 기간을 포함해도 누적 근시 진행이 가장 적었습니다.

Q2. 몇 살에 끊는 것이 적절한가요?

나이 하나만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안구 성장이 둔화되는 청소년 후반이 검토 시점이 되지만 개인차가 크므로, 최근 1년간의 안축장 변화량과 조절마비 굴절검사 도수의 안정성을 함께 확인한 뒤 결정합니다.

Q3. 중단 후 근시가 다시 빨라지면 치료를 재개해도 되나요?

재개할 수 있고, 그래서 중단 직후의 짧은 간격 재평가가 중요합니다. 다만 그 사이 길어진 안축장은 되돌아오지 않으므로, 재개가 가능하다는 점이 성급한 중단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눈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글 · 안과 전문의 송동훈 (애프터눈안과)

안과전문의 송동훈
이 글을 쓴 사람
안과전문의 송동훈
부산 동래구 미남애프터눈안과의원 대표원장
망막·시신경 관련 SCI급 논문 3편 저자.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다 전해드리지 못한 의학 이야기를 칼럼으로 풀어가는 공간입니다.
송동훈 원장 자세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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