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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건조증은 눈물 부족이 아니다: 고삼투압과 염증의 악순환

핵심 요약 (Key Takeaway) 안구건조증은 단순한 ‘눈물 부족’이 아니라, 눈물막의 고삼투압과 안구 표면의 염증이 서로를 부추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입니다. 2025년 발표된 TFOS DEWS III는 이 병을 항상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disease)’으로 재정의했으며, 인공눈물만으로 호전되지 않는다면 눈물을 보충하는 것을 넘어 염증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원장님, 인공눈물을 하루에 수십 번 넣는데도 눈이 계속 뻑뻑하고 따갑습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호소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분이 안구건조증을 ‘눈물이 마르는 병’으로만 이해하시기에, 마른 논에 물을 대듯 인공눈물을 계속 넣으면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십니다. 하지만 넣는 순간만 편하고 금세 원점으로 돌아온다면, 문제의 본질은 눈물의 ‘양’이 아니라 안구 표면에서 진행 중인 ‘염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늘은 2025년 개정된 국제 기준을 바탕으로, 안구건조증이 왜 악순환에 빠지는지를 기전 중심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TFOS DEWS III, 안구건조증의 정의가 바뀌었다

안구건조증의 국제 표준은 TFOS(눈물막및안구표면학회)가 주도하는 DEWS 보고서입니다. 2007년 초판, 2017년 DEWS II를 거쳐, 2025년 미국안과학회지(AJO)에 TFOS DEWS III가 발표되었습니다. 새 정의는 안구건조증을 “눈물막 및/또는 안구 표면의 항상성 상실을 특징으로 하며, 눈물막 불안정성과 고삼투압, 안구 표면 염증과 손상, 신경감각 이상이 원인 인자로 작용하는 다인성 증상 질환”으로 규정합니다.

DEWS II와 비교해 두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첫째, ‘증상성(symptomatic)’이 진단의 전제 조건이 되었습니다.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불편함이 부수적 정보가 아니라 진단의 필수 요건으로 격상된 것입니다. 둘째, 항상성이 무너지는 대상에 ‘눈물막’뿐 아니라 ‘안구 표면’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각막·결막 표면의 병리까지 폭넓게 아우르게 되었습니다. TFOS DEWS III(2025)는 선별 설문으로 OSDI-6를 4점 이상 기준으로 권고하는데, 이는 증상을 정량화해 놓치지 않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악순환의 출발점 — 눈물막 고삼투압

핵심 개념은 ‘고삼투압’입니다. 정상 눈물막의 삼투압은 대략 302 mOsm/L 수준이며, 이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안구 표면 세포가 안정적으로 기능합니다. 그런데 눈물이 과도하게 증발하거나(증발형), 분비가 부족하면(수성 결핍형) 눈물막에 남은 전해질 농도가 올라가 삼투압이 상승합니다.

문제는 이 고삼투압이 단순히 ‘농축된 소금물’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고삼투압 환경은 각막·결막 상피세포에 직접적인 삼투 스트레스를 가해 세포의 형태 변화와 손상을 유발합니다. 즉 눈물막의 삼투압 이상은 그 자체로 안구 표면의 세포 손상을 촉발하는 방아쇠가 됩니다.

정상 눈물막과 고삼투압 상태의 눈물막을 비교한 안구 표면 단면 일러스트
정상 눈물막과 고삼투압 눈물막의 안구 표면 단면 비교

염증의 고리 — 고삼투압은 어떻게 염증을 부르는가

여기서부터가 안구건조증이 만성화되는 핵심 기전입니다. 고삼투압 스트레스를 받은 상피세포는 MAPK(JNK, ERK, p38)와 NF-κB 같은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시킵니다. 이 경로가 켜지면 IL-1β, IL-6, TNF-α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조직을 분해하는 효소인 MMP-9가 분비됩니다.

이 염증 물질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하나는 각막 상피의 결합을 느슨하게 해 표면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눈물막을 안정시키는 점액을 만드는 결막 술잔세포(goblet cell)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점액이 줄면 눈물막은 더 쉽게 깨지고, 눈물막이 불안정해지면 다시 삼투압이 올라갑니다. 고삼투압이 염증을 부르고, 염증이 눈물막을 다시 불안정하게 만드는 이 자기 강화적 고리를 국제 문헌에서는 ‘악순환(vicious cycle)’이라 부릅니다. 안구건조증이 한번 시작되면 저절로 낫기 어렵고 만성화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왜 인공눈물만으로는 부족한가 — 판단의 근거

이 기전을 이해하면 인공눈물의 역할과 한계가 분명해집니다. 인공눈물은 눈물막의 삼투압을 일시적으로 희석하고 표면을 적셔 증상을 완화합니다. 분명 유용한 기초 치료이지만, 이미 켜져 있는 염증 신호전달과 술잔세포 손상 자체를 끄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악순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환자는 인공눈물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넣을 때만 잠깐 편한’ 경험을 반복하게 됩니다.

TFOS DEWS III(2025)는 이런 이유로 안구건조증을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그 사람의 병을 이끄는 ‘동인(driver)’에 맞춰 치료를 정렬하도록 권고합니다. 눈물이 빨리 증발하는 증발형(대개 마이봄샘기능부전 동반)이라면 기름샘 기능을 회복시키는 접근이, 염증이 두드러진다면 항염 치료(사이클로스포린 등)가 우선순위에 올라갑니다. 같은 ‘건조증’이라도 무엇이 악순환을 돌리고 있는지에 따라 정답이 다른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밀 검사와 의료진의 직접 검안이 중요해집니다. 눈물막파괴시간(TBUT), 각막·결막 염색 검사, 마이봄샘 상태 평가를 통해 이 환자의 건조증이 증발형인지 수성 결핍형인지, 염증이 얼마나 관여하는지를 구분해야 비로소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기반 국내 연구에서 안과 의사에게 진단받은 안구건조증 유병률은 약 12.7%, 스스로 증상을 자각하는 비율은 약 20.7%로 보고될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흔하다고 해서 모두 같은 병은 아닙니다. 겉으로 같은 ‘뻑뻑함’이라도 그 안에서 돌고 있는 악순환의 성격을 읽어내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입니다.

[내부 링크 추천: ‘검사는 정상인데 눈이 계속 아픈 이유: 신경병성 안구통증‘ 주제 칼럼]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인공눈물을 오래 넣으면 오히려 눈이 더 건조해진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방부제가 든 인공눈물을 하루 여러 차례 장기간 사용하면 방부제 성분이 안구 표면에 자극과 염증을 더할 수 있어, 잦은 사용이 필요한 경우 무방부제 제형이 권장됩니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인공눈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염증의 악순환이 해결되지 않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용량만 늘리기보다 원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Q2. 눈물이 부족하지 않은데도 안구건조증일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눈물의 양이 정상이어도 눈물막의 기름층이 부실해 눈물이 빨리 증발하는 증발형 안구건조증이 흔합니다. 이 경우 눈물 분비량 검사만으로는 정상으로 나올 수 있어, 눈물막파괴시간과 마이봄샘 평가가 함께 필요합니다.

Q3. 안구건조증에 왜 소염 치료를 하나요?

안구건조증의 만성화 기전 자체가 안구 표면의 염증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눈물막 고삼투압이 염증 신호를 활성화하고 이 염증이 다시 눈물막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눈물을 보충하는 치료와 별개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눈물막 고삼투압과 안구 표면 염증이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표현한 개념 일러스트
고삼투압과 염증의 악순환 고리

본 칼럼은 일반적인 눈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글 · 안과 전문의 송동훈 (애프터눈안과)

안과전문의 송동훈
이 글을 쓴 사람
안과전문의 송동훈
부산 동래구 미남애프터눈안과의원 대표원장
망막·시신경 관련 SCI급 논문 3편 저자.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다 전해드리지 못한 의학 이야기를 칼럼으로 풀어가는 공간입니다.
송동훈 원장 자세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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