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Key Takeaway) 인공눈물에 반응하지 않는 안구건조증 중 일부는 눈물이 증발하는 문제가 아니라, 눈물샘 자체가 자가면역 염증으로 파괴되고 있는 쇼그렌 증후군입니다. 입마름이 함께 있고, 쉬르머 검사에서 눈물 분비가 5mm 이하로 나오며, 각결막 생체염색에서 손상이 뚜렷하다면 전신 질환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다만 2016년 미국류마티스학회·유럽류마티스학회(ACR/EULAR) 분류 기준상 안과 검사만으로는 진단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안과는 의심의 문을 여는 첫 관문이자 류마티스내과와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합니다.
“눈이 마르는 게 아니라 아예 눈물이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진료실에서 이 표현을 들으면 저는 질문의 방향을 바꿉니다. 눈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마른 김이나 고구마를 먹을 때 물 없이 삼킬 수 있는지, 최근 몇 년 사이 충치가 유난히 늘지는 않았는지를 여쭙습니다. 안과에 오신 분께 갑자기 입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안구건조증이라는 같은 이름 아래, 완전히 다른 몸의 사건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물이 증발하는 것과 눈물샘이 파괴되는 것
안구건조증을 하나의 병으로 묶어 부르지만, 안구 표면에서 일어나는 일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기름층이 부실해 눈물이 빨리 마르는 증발 과다형이고, 다른 하나는 눈물 자체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 수성 눈물 부족형입니다. 국제 안구표면학회(TFOS)의 DEWS II 보고서는 서구권에서 수성 눈물 부족형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쇼그렌 증후군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에 의한 눈물샘 염증을 지목했습니다.
2025년 발표된 DEWS III는 모든 건조증에 증발 요소가 어느 정도 관여한다고 정리하며 이분법을 완화했지만, 그렇다고 눈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축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임상적으로는 이 축을 놓치는 순간 치료 전략 전체가 어긋납니다. 기름샘을 아무리 관리해도, 채워 넣을 물이 만들어지지 않는 눈에서는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쇼그렌 증후군에서 벌어지는 일은 구조적입니다. 림프구가 눈물샘과 침샘에 침윤해 분비 조직을 서서히 대체합니다. 눈과 입이 동시에 마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눈만 보아서는 절반의 그림만 보게 됩니다.

의심을 시작하는 지점
모든 건조증 환자에게 자가면역 검사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다음 신호들이 겹칠 때 의심의 문턱을 넘습니다.
첫째, 눈과 입이 함께 마르는 경우입니다. 물을 곁에 두지 않으면 마른 음식을 넘기기 어렵다거나, 자다가 입이 말라 깨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치과에서 충치가 갑자기 늘었다는 말을 들은 것도 의미 있는 단서입니다.
둘째, 표준 치료에 대한 반응이 유난히 나쁜 경우입니다. 인공눈물과 온찜질, 기본적인 항염증 치료를 성실히 했는데도 각막 손상이 줄지 않는다면,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분류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봅니다.
셋째, 인구학적 배경입니다. 여러 국가의 환자 자료를 모은 Big Data Sjögren Project 분석에서 일차성 쇼그렌 증후군 환자의 93.2%가 여성이었고, 여성 대 남성 비율은 약 14대 1로 보고되었습니다. 발병은 대체로 40대에서 60대에 몰립니다.
넷째, 관절통과 만성 피로, 손끝이 창백해지는 레이노 현상 같은 눈 밖의 증상입니다. 환자분들은 이런 증상을 안과에서 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묻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습니다.
진단이 늦어지는 것은 이 질환의 고질적 특성입니다. 대만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한 인구 기반 연구에서, 건조 증상이 시작된 시점부터 일차성 쇼그렌 증후군으로 진단되기까지의 기간은 중앙값 115주였습니다. 2년 넘게 여러 진료과를 돌다 이름을 얻는 셈입니다.
안과 검사가 실제로 기여하는 것
쉬르머 검사
눈물 분비량을 직접 재는 검사입니다. 마취 없이 5분간 시행해 5mm 이하로 젖으면 수성 눈물 부족을 시사하는 소견으로 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시행 조건에 따라 값이 흔들리므로, 한 번의 수치보다 반복 측정과 다른 소견과의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각결막 생체염색
플루오레세인으로 각막을, 리사민 그린으로 결막을 염색해 상피 손상을 점수화합니다. 눈물이 부족한 눈에서는 눈꺼풀 틈새에 노출된 영역, 특히 코쪽과 귀쪽 결막에 손상이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이 안구염색점수(Ocular Staining Score)는 국제 진단 기준에 정식으로 포함된 항목이며, 세극등 현미경 앞에서 의사가 직접 눈을 들여다보아야만 매길 수 있는 값입니다. 자동화된 촬영 장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눈물띠 높이와 마이봄샘 상태
수성 눈물 부족과 마이봄샘 기능장애는 흔히 공존합니다. 둘 중 하나로 모든 증상이 설명되지 않을 때, 두 축을 각각 평가해야 치료 순서를 정할 수 있습니다.
진단 기준을 보면 안과의 위치가 보인다
2016년 ACR/EULAR가 발표한 일차성 쇼그렌 증후군 분류 기준은 다섯 항목에 가중치를 매겨 합산합니다. 항SSA/Ro 항체 양성과 소침샘 생검에서 확인된 국소 림프구성 침샘염(focus score 1 이상)이 각각 3점, 안구염색점수 5점 이상(또는 van Bijsterveld 점수 4점 이상)이 1점, 쉬르머 검사 5분간 5mm 이하가 1점, 비자극 타액 분비량 분당 0.1mL 이하가 1점입니다. 총 4점 이상이면 분류 기준을 충족합니다.
여기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지점이 드러납니다. 안과에서 얻을 수 있는 항목은 안구염색점수와 쉬르머 검사, 합쳐서 최대 2점입니다. 다시 말해 항체 검사나 소침샘 생검 없이는 어떤 안과 검사로도 이 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안과가 진단을 완성하는 자리가 아니라, 의심을 정확하게 제기하고 근거의 절반을 준비해 넘기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자주 봅니다. 건강검진에서 항핵항체(ANA)가 양성으로 나왔다며 스스로 자가면역 질환을 확신하고 오시는 경우입니다. 2016년 기준은 특이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항핵항체와 류마티스인자, 그리고 항La/SSB 단독 양성을 면역학적 항목에서 제외했습니다. 양성이라는 사실 하나가 진단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감별에서 함께 확인해야 할 것들
건조 증상이 심하다고 모두 자가면역은 아닙니다. 항히스타민제, 일부 항우울제, 이뇨제, 베타차단제처럼 항콜린 작용을 가진 약물은 눈물과 침 분비를 함께 줄입니다. 복용 약 목록을 확인하지 않고 검사부터 진행하면, 약을 바꾸면 해결될 문제에 불필요한 진단 과정을 얹게 됩니다. 갑상선 질환이나 당뇨, 폐경 전후의 호르몬 변화도 함께 놓고 보아야 합니다.
이름이 바뀌면 치료의 방향이 바뀐다
쇼그렌 증후군으로 확인되었을 때 달라지는 것은 진단명만이 아닙니다. 눈물을 보충하는 접근에서 표면 염증을 억제하고 남은 눈물을 보존하는 접근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갑니다. 눈물점 폐쇄를 통한 눈물 보존, 국소 항염증 치료, 중증에서의 자가혈청 점안 같은 선택지가 논의 대상에 들어옵니다. 무엇보다 눈이 전신 질환의 창구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침샘과 관절, 폐와 신장을 포함한 전신 경과를 정기적으로 살피는 관리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건조증이 오래되고 치료 반응이 나쁜 분께는 검사 시간을 아끼지 않습니다. 인공눈물 처방으로 5분 만에 끝날 수 있는 진료를, 굳이 쉬르머 검사와 생체염색까지 붙잡고 보는 이유는 그 안에 다른 병의 첫 단서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눈은 전신에서 가장 먼저 마르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내부 링크 추천: ‘안구건조증은 눈물 부족이 아니다: 고삼투압과 염증의 악순환‘ 주제 칼럼]
자주 묻는 질문
Q1. 눈만 건조하고 입은 마르지 않는데도 쇼그렌 증후군일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침샘 기능 저하가 뚜렷해지기 전에 안구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며, 2016년 분류 기준도 눈과 입 증상이 모두 있어야만 적용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각막 손상 정도와 쉬르머 수치, 그리고 항체 검사 결과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Q2. 항SSA/Ro 항체가 음성이면 쇼그렌 증후군이 아닌 것인가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2016년 기준에서 항체와 소침샘 생검은 각각 3점으로 동등한 무게를 가지므로, 항체가 음성이더라도 생검에서 국소 림프구성 침샘염이 확인되고 안구 항목이 충족되면 기준을 만족할 수 있습니다. 항체 음성만으로 검사를 종결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Q3. 진단을 받으면 눈물이 다시 나오게 되나요?
파괴된 분비 조직이 원래대로 회복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치료의 목표는 남은 기능을 지키고 표면 염증으로 인한 추가 손상을 줄여 각막을 보존하는 데 있습니다. 조기에 확인할수록 지킬 수 있는 조직이 많다는 점에서 진단 시점이 예후에 영향을 줍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눈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글 · 안과 전문의 송동훈 (애프터눈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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