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Key Takeaway) 고도근시는 녹내장 발병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 위험 인자이면서, 동시에 시신경의 구조 변화 때문에 녹내장 진단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까다로운 조건입니다. 특히 OCT 검사에서 정상 근시안이 녹내장처럼 보이는 위양성(red disease)이 드물지 않아, 한 번의 검사 수치보다 시신경·시야·경과를 종합한 정밀 판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진료실에서 설명이 가장 길어지는 순간 중 하나는, 시력에 큰 불편이 없던 고도근시 환자가 건강검진 OCT 결과지를 들고 와 “신경섬유층이 얇아 녹내장이 의심된다고 나왔다”며 불안해할 때입니다. 반대로 분명히 녹내장이 진행 중인데도 근시성 시신경 변화에 가려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도근시는 녹내장의 위험을 높이면서, 동시에 그 진단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도근시는 단순한 굴절 이상이 아니라 녹내장의 위험 인자입니다
근시는 안경 도수의 문제로만 여겨지기 쉽지만, 고도근시는 안구 자체가 앞뒤로 길어진 구조적 변화를 동반합니다. Marcus 등이 2011년 안과 학술지 《Ophthalmology》에 발표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근시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개방각녹내장 위험이 약 1.92배 높았고, 고도근시(-6D 이하)에서는 그 위험이 약 2.46배로 더 뚜렷했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를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도 근시 정도가 심해질수록 녹내장 위험이 단계적으로 증가해, 고도근시에서는 그 위험이 4배를 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이 연관성의 배경에는 안구 신장(axial elongation)이 있습니다. 안구가 길어지면 시신경이 빠져나가는 통로인 사상판(lamina cribrosa)이 함께 얇아지고 당겨지면서, 안압 변화에 더 취약한 구조가 됩니다. 같은 안압이라도 고도근시안의 시신경은 손상을 받기 쉬운 상태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이 위험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제6기(2013~2014) 자료에서 19~49세 성인의 근시 유병률은 약 70.6%, 고도근시는 약 8.0%에 달했고, 젊은 세대일수록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근시성 시신경과 녹내장성 손상은 닮아서 구별이 어렵습니다
문제는 고도근시안의 시신경이 정상이라도 녹내장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근시안에서는 시신경 유두가 비스듬히 기울고(tilted disc), 유두 주변에 위축(parapapillary atrophy)이 나타나며, 망막신경섬유층(RNFL)이 전반적으로 얇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망막이 넓어진 안구 벽을 덮으며 늘어난 결과로, 그 자체가 질병은 아닙니다.
여기에 검사 장비의 구조적 한계가 더해집니다. 미국안과학회(AAO)의 임상 해설에 따르면, 대부분의 OCT 기기에 내장된 정상 비교군(normative database)은 대략 -6D 정도까지만 포함하고 있어 중등도 이상의 근시안은 비교 기준에서 벗어나기 쉽습니다. 더구나 고도근시에서는 위·아래로 향하던 신경섬유 다발이 귀쪽(temporal)으로 쏠리면서, 실제로는 정상인데도 특정 구역이 얇아진 것처럼 보이는 가짜 결손(pseudo-defect)이 생깁니다.
OCT의 ‘레드 디지즈’ — 정상 근시안이 녹내장으로 보이는 함정
이렇게 정상 근시안이 OCT 색상 지도에서 붉게(비정상) 표시되는 현상을 임상에서는 레드 디지즈(red disease), 곧 위양성이라고 부릅니다. 보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근시안의 OCT 신경섬유층 지도에서 이러한 위양성은 약 26~31%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지 않은 비율입니다.
검사 지표를 바꾸면 이 함정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평면적인 신경섬유층 두께 분석의 위양성률이 26.9%였던 반면, 입체적인 신경테두리(neuroretinal rim) 분석에서는 2.1%까지 낮아졌습니다. 같은 눈, 같은 장비라도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 해석이 크게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한 장의 결과지가 아니라 ‘종합 판독’이 필요합니다
고도근시에서 녹내장을 가려내는 핵심은 단일 수치에 의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첫째, 황반부의 신경절세포층(GCIPL) 분석은 유두 주변 위축의 영향을 덜 받아 고도근시안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단서를 줍니다. 둘째, 한 번의 촬영보다 동일한 눈을 일정 간격으로 추적해 변화의 추세를 보는 것이 결정적입니다. 정상 비교군에서 벗어난 근시안일수록, 환자 자신의 과거 기준선(baseline)이 가장 믿을 만한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셋째, 구조 검사 결과는 시야검사 같은 기능 검사와 반드시 맞춰 보아야 합니다. 구조와 기능의 손상 위치가 일치할 때 비로소 녹내장의 가능성이 분명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은 자동화된 색상 표시 한 줄로 대체되지 않습니다. 시신경 유두를 직접 관찰하고, 환자의 굴절 도수와 안축장, 가족력, 안압 추이를 함께 읽어내는 전문의의 판단이 위양성과 진짜 녹내장을 가르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고도근시가 평생 따라다니는 조건인 만큼, 녹내장 역시 한 번의 검사로 끝내기보다 꾸준한 추적 관리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내부 링크 추천: ‘시야 결손 전 골든타임 5년, 시신경단층촬영(OCT)이 필수적인 의학적 이유‘ 주제 칼럼]
자주 묻는 질문 (FAQ)
Q1.안경 도수가 높을 뿐인데 왜 녹내장 위험까지 함께 살펴야 하나요?
고도근시는 단순히 초점이 맞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안구가 앞뒤로 길어진 구조 변화를 동반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신경이 빠져나가는 통로가 얇아지고 당겨져 안압 변화에 더 취약해지기 때문에, 도수와 별개로 시신경 자체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고도근시인데 OCT에서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고 나왔습니다. 바로 녹내장인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근시안에서는 위양성(레드 디지즈)이 비교적 흔하기 때문에 단일 결과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황반 신경절세포 분석, 시야검사, 그리고 시간 간격을 둔 재검사를 함께 보아 실제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Q3. 고도근시 환자는 녹내장 검사를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일률적인 기준보다 시신경 상태와 위험도에 따라 간격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다만 추세 비교가 진단의 핵심인 만큼, 증상이 없더라도 기준선을 만들어 두고 주기적으로 같은 검사를 반복해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눈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글 · 안과 전문의 송동훈 (애프터눈안과)
이 카테고리의 다른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