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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압 15는 안전한 숫자일까 — 목표안압과 각막 두께

핵심 요약 (Key Takeaway) 녹내장 치료의 목표는 안압을 정상 범위 안에 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시신경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는 개인별 압력까지 낮추는 것입니다. 같은 15mmHg라도 각막이 얇으면 실제 안압은 그보다 높을 수 있고, 얇은 각막 자체가 녹내장 발생과 진행의 독립적 위험 인자로 확인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목표안압은 하나의 숫자로 정해지는 값이 아니라, 각막 두께와 시신경 손상 정도, 진행 속도를 함께 놓고 정한 뒤 경과에 따라 다시 조정하는 기준선입니다.

같은 날 진료실에서 안압이 똑같이 16mmHg로 측정된 두 분을 뵙는 일이 있습니다. 한 분께는 경과 관찰을 말씀드리고, 다른 한 분께는 안압하강제 점안을 시작하자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면 대개 이런 질문이 돌아옵니다. “수치가 같은데 왜 저만 약을 넣어야 합니까?”

타당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현대 녹내장 치료의 핵심 개념인 목표안압(target intraocular pressure)입니다.


안압 21mmHg는 안전선이 아니라 통계값입니다

많은 분이 21mmHg를 넘으면 녹내장, 넘지 않으면 안전이라고 이해하십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병이 생기는 경계에서 나온 값이 아닙니다. 일반 인구의 안압 분포를 조사했을 때 평균에서 표준편차 두 배만큼 떨어진 지점, 즉 통계적으로 상위 약 2.5%에 해당하는 지점이 21mmHg 부근이었던 것뿐입니다.

실제 임상은 이 경계를 자주 벗어납니다. 국내 남일 연구(Namil Study, 2011)에서 원발개방각녹내장으로 진단된 분들 중 다수는 안압이 21mmHg 이하인 정상안압 녹내장이었습니다. 반대로 안압이 24mmHg여도 수십 년간 시신경이 멀쩡한 분도 계십니다. 같은 압력을 받아도 시신경이 견디는 힘, 특히 시신경 섬유가 안구를 빠져나가는 통로인 사상판의 구조적 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목표안압은 임상 연구가 만들어낸 개념입니다

목표안압은 의사의 감이 아니라 대규모 임상시험의 결과에서 나왔습니다.

진행성 녹내장 환자를 추적한 AGIS 연구(2000)에서는 6년간 모든 방문에서 안압이 18mmHg 미만으로 유지된 군은 시야 손상의 진행이 사실상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초기 녹내장을 대상으로 한 EMGT 연구(2002)는 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안압을 1mmHg 낮출 때마다 진행 위험이 약 10%씩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안압이 애초에 정상이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CNTGS 연구(1998)에서도, 기저 안압에서 30%를 추가로 낮춘 군에서 시야 손상의 진행이 뚜렷하게 지연되었습니다.

이 결과들이 말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녹내장에서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인자는 안압이며, 정상 범위 안에 있더라도 더 낮추면 더 느려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진료에서는 초기 손상이면 기저 안압에서 20~30% 하강을, 이미 시야 결손이 상당하거나 진행 속도가 빠르면 그보다 더 낮은 값을 목표로 잡습니다.

같은 안압에서도 사상판의 휘어짐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시신경 유두 단면 비교 그림
같은 안압에서도 사상판의 휘어짐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시신경 유두 단면 비교 그림

각막 두께가 안압 수치를 흔듭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목표안압을 정하려면 먼저 안압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우리가 재는 안압은 안구 내부를 직접 측정한 값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표준 검사법인 골드만 압평안압계는 각막의 일정 면적을 평평하게 눌러 그때 필요한 힘으로 내부 압력을 역산합니다. 이 계산은 각막 두께가 약 520~545μm라는 전제 위에서 설계되었습니다. 따라서 각막이 그보다 얇으면 누르는 데 힘이 덜 들어 실제보다 낮게, 두꺼우면 힘이 더 들어 실제보다 높게 측정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각막 두께 1μm당 몇 mmHg를 더하거나 빼라는 보정 공식이 여러 개 제안되었지만, 개인차를 신뢰할 만큼 검증된 단일 공식은 아직 없습니다. 미국안과학회(AAO)의 녹내장 진료 지침도 특정 보정 공식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즉 각막 두께는 안압 수치를 기계적으로 교정하는 계수가 아니라, 그 수치를 어느 정도 신뢰할지 판단하는 재료로 쓰여야 합니다.


얇은 각막은 측정 오차가 아니라 위험 인자입니다

각막 두께가 중요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고안압증 환자를 장기 추적한 OHTS 연구(2002)는 중심각막두께가 555μm 이하인 군이 588μm를 초과하는 군에 비해 녹내장으로 진행할 위험이 약 3배 높다고 보고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차이가 안압 측정값의 영향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에도 남았다는 점입니다. 얇은 각막은 단순히 안압을 낮게 보이게 만드는 착시가 아니라, 그 자체로 녹내장 발생을 예측하는 독립적인 지표였습니다.

각막과 사상판은 모두 콜라겐으로 이루어진 결합조직입니다. 각막이 얇고 잘 변형되는 눈은 사상판 역시 압력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현재의 유력한 설명입니다. 최근에는 각막이 압력을 흡수하고 되돌아오는 성질을 수치화한 각막 히스테리시스가 녹내장 진행과 연관된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꺼운 각막과 얇은 각막을 압평안압계로 누를 때 측정값이 달라지는 원리를 비교한 단면 그림
두꺼운 각막과 얇은 각막을 압평안압계로 누를 때 측정값이 달라지는 원리를 비교한 단면 그림

목표안압은 한 번 정하고 끝나는 값이 아닙니다

목표안압을 설정했다고 해서 관리가 끝나지 않습니다. 그 목표를 지키고 있는데도 시야 검사나 OCT에서 손상이 진행한다면, 목표 자체가 그 시신경에게는 충분히 낮지 않았다는 뜻이므로 기준을 다시 내려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은 안압이 하루 중에도 변동한다는 사실입니다. 대개 새벽에서 이른 아침에 높고 오후에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므로, 늘 같은 시간대에만 측정하면 그 사람의 최고 안압을 놓칠 수 있습니다. 방문 시각을 달리해 여러 차례 측정하고, 각막 두께와 시신경 형태, 시야 결과를 함께 놓고 읽어야 비로소 하나의 판단이 만들어집니다. 녹내장 진료에서 검사 한 번의 숫자보다 시간에 걸친 데이터의 흐름을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부 링크 추천: ‘고도근시와 녹내장, 정상 OCT 결과를 믿기 어려운 이유‘ 주제 칼럼]


자주 묻는 질문

Q1. 각막이 얇다면 측정된 안압에 몇 mmHg를 더해서 이해하면 되나요?

단순히 더하고 빼는 방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보정 공식들의 정확도가 개인차를 감당할 만큼 검증되지 않았고, 얇은 각막은 측정 오차와 별개로 그 자체가 위험 인자이므로 수치 보정이 아니라 위험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Q2. 목표안압을 잘 유지하고 있는데도 시야가 나빠질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그 경우 설정한 목표가 해당 시신경에게 충분히 낮지 않았다는 신호로 보고 목표를 더 낮춥니다. 야간 저혈압이나 수면 무호흡처럼 시신경 혈류에 영향을 주는 전신 요인이 동반되었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Q3. 각막 두께는 한 번만 측정하면 되나요?

정상적인 눈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값이라 반복 측정의 필요성이 크지 않습니다. 다만 각막 부종이나 각막 내피세포 감소, 각막 관련 질환이 있거나 안내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두께가 달라질 수 있어 재측정이 필요합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눈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글 · 안과 전문의 송동훈 (애프터눈안과)


안과전문의 송동훈
이 글을 쓴 사람
안과전문의 송동훈
부산 동래구 미남애프터눈안과의원 대표원장
망막·시신경 관련 SCI급 논문 3편 저자.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다 전해드리지 못한 의학 이야기를 칼럼으로 풀어가는 공간입니다.
송동훈 원장 자세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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